엔비디아 실적을 보다 보면 이제 GPU 이름만큼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HBM입니다.
최근에는 HBM3E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HBM4 이야기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산과 공급 경쟁을 벌이고 있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에서도 중요한 부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름만 보면 조금 헷갈립니다.
HBM3E도 이미 AI용 고성능 메모리인데 굳이 HBM4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핵심은 단순히 메모리를 더 많이 쌓는 데 있지 않습니다. AI 칩이 계산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 옆에서 데이터를 전달하는 통로 자체를 넓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HBM은 GPU 옆에 붙는 초고속 데이터 통로입니다
AI 서버에서 GPU는 엄청난 양의 계산을 처리합니다.
문제는 계산할 데이터가 GPU에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아무리 빠른 GPU도 기다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HBM이 등장합니다.
HBM은 여러 장의 D램을 위로 쌓고 서로 촘촘하게 연결한 고대역폭 메모리입니다. 일반 D램보다 훨씬 넓은 데이터 통로를 만들어 AI 가속기에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합니다.
고속도로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GPU의 계산 능력이 자동차 수라면 HBM은 그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에 가깝습니다.
자동차가 두 배로 늘었는데 도로가 그대로라면 결국 정체가 생깁니다. AI 칩이 빨라질수록 HBM도 함께 빨라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HBM3E가 현재 AI 서버의 핵심 메모리라면 HBM4는 다음 세대 도로 확장 공사에 가깝습니다.
HBM4와 HBM3E의 가장 큰 차이는 통로 개수입니다

HBM4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I/O 채널입니다.
I/O는 HBM과 GPU 사이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로라고 보면 됩니다.
HBM3E 세대에서는 1,024개의 I/O를 사용하지만 HBM4에서는 이를 2,048개로 두 배 늘렸습니다.
SK하이닉스는 자사 HBM4가 이전 세대보다 대역폭을 2.54배 높이고 전력 효율도 40% 이상 개선했다고 설명합니다.
삼성전자의 HBM4 역시 같은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자사 HBM4의 최대 메모리 대역폭이 3.3TB/s에 이르며 HBM3E보다 최대 2.7배 높다고 밝혔습니다. 전력 효율 역시 HBM3E 대비 40% 개선됐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숫자 하나가 아닙니다.
GPU가 아무리 빠르게 계산해도 필요한 데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전체 AI 시스템 성능이 떨어집니다.
HBM4는 이 메모리 병목현상을 줄이기 위해 통로를 훨씬 넓힌 제품입니다.
HBM4가 필요한 이유는 AI 모델이 너무 커졌기 때문입니다
예전 AI와 지금의 생성형 AI는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규모부터 다릅니다.
거대한 언어모델을 학습하거나 추론하려면 GPU 여러 개가 동시에 대량의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합니다.
GPU 성능이 한 세대 올라갈수록 메모리에도 더 높은 속도와 용량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GPU만 업그레이드한다고 AI 서버가 빨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계산 능력이 늘어난 만큼 데이터를 가져오는 속도도 함께 올라가야 합니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 Blackwell 세대에서는 HBM3E가 핵심 역할을 맡았고, 차세대 AI 플랫폼으로 넘어가면서 HBM4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26년에도 HBM3E가 전체 HBM 출하의 약 3분의 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HBM4 비중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HBM4가 등장했다고 HBM3E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시장의 주력은 여전히 HBM3E이고, 차세대 AI 서버부터 HBM4로 이동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4에 힘을 쏟는 이유
HBM은 일반 D램보다 만드는 과정이 훨씬 복잡합니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야 하고, GPU와 연결되는 부분까지 빠르고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HBM4부터는 이 경쟁이 더 어려워집니다.
단순히 D램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아래쪽의 베이스 다이와 첨단 패키징 기술까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HBM 시장은 메모리 업체 입장에서 단순히 판매량만 늘리는 사업이 아닙니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의 주도권을 잡는 경쟁에 가깝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9월 HBM4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습니다. 2026년에는 48GB 용량의 16단 HBM4까지 공개하면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6년 2월 HBM4 양산과 상용 제품 출하를 시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삼성 제품은 12단 기준 24GB부터 36GB까지 구성되며, 향후 16단 제품에서는 최대 48GB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두 회사가 거의 동시에 HBM4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AI 서버가 늘어날수록 GPU뿐 아니라 GPU 한 대에 들어가는 고성능 메모리의 가치도 함께 커지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무엇이 다를까

두 회사 모두 HBM4를 만들고 있지만 강점은 조금 다릅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HBM3E 시장에서 강한 입지를 확보한 상태에서 HBM4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회사는 2025년 3월 12단 HBM4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했고, 같은 해 9월 개발 완료와 양산 체계 구축을 발표했습니다.
기존 HBM 고객 관계를 다음 세대 제품으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 강점입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와 첨단 패키징까지 자체 사업으로 갖고 있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삼성 HBM4에는 1c D램과 4나노 로직 베이스 다이가 적용됐습니다. 회사는 이를 통해 성능과 전력효율을 동시에 높였다고 설명합니다.
또 HBM4에서 멈추지 않고 이미 HBM4E 경쟁도 시작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6년 5월 최대 16Gbps 속도를 지원하는 12단 HBM4E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현재 경쟁은 ‘HBM4를 누가 먼저 만들었느냐’ 하나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많이 만들 수 있는지, 고객사가 원하는 성능을 맞출 수 있는지, 다음 세대 제품까지 얼마나 빠르게 이어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투자자라면 HBM4 뉴스에서 무엇을 봐야 할까

HBM4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개발 성공’이라는 문구만 보는 것은 부족합니다.
실제 투자 관점에서는 단계를 구분해서 보는 편이 좋습니다.
먼저 샘플 공급이 있습니다.
제품을 고객에게 보내 성능과 안정성을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아직 대규모 매출이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다음은 고객 인증입니다.
고객사가 해당 HBM을 자신의 GPU나 AI 가속기에 사용해도 된다고 판단해야 실제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단계가 양산과 출하량 확대입니다.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수십만 개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HBM은 여러 D램을 쌓고 패키징하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수율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련 HBM4 뉴스를 볼 때는 개발, 샘플, 인증, 양산, 실제 매출 가운데 지금 어느 단계인지를 먼저 보는 것이 좋습니다.
SK하이닉스를 미국시장에서 확인하다 SKHY라는 종목을 본 적이 있다면 SK하이닉스 SKHY와 한국 주식 000660의 차이도 함께 알아두면 좋습니다.
같은 SK하이닉스와 연결돼 있어도 거래시장과 가격 움직임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HBM4 다음에는 벌써 HBM4E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HBM4 경쟁이 이제 시작됐는데 벌써 HBM4E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AI 반도체 시장의 제품 전환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뜻입니다.
삼성전자는 HBM4E에서 핀당 최대 16Gbps, 전체 대역폭 최대 4.0TB/s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26년 5월에는 주요 고객사에 샘플 공급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고객별 GPU 구조에 맞춘 Custom HBM까지 준비되고 있습니다.
HBM이 예전처럼 모든 고객에게 비슷한 규격을 파는 범용 메모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는 엔비디아, AMD, 구글 같은 AI 칩 업체가 원하는 구조에 맞춰 메모리 자체도 달라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래서 HBM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한 세대의 승자가 되는 것보다 다음 제품으로 계속 이어지는 공급 관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HBM3E에서 HBM4로 넘어가는 지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습니다.
HBM4는 단순히 HBM3E보다 빠른 메모리가 아닙니다.
AI GPU가 더 많은 계산을 할 수 있도록 데이터가 지나가는 길 자체를 넓힌 제품입니다.
그리고 AI 모델이 계속 커지는 한 이 길을 누가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만들어 공급하느냐가 국내 메모리 업체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확인할 점
이 글은 기업이 발표한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조언이 아니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HBM4는 무엇인가요?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입니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AI GPU와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도록 만든 HBM의 6세대 제품입니다.
HBM4와 HBM3E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데이터 통로입니다. HBM4는 I/O가 2,048개로 이전 세대의 1,024개보다 두 배 늘어나면서 메모리 대역폭을 크게 높였습니다.
HBM4가 나오면 HBM3E는 바로 사라지나요?
아닙니다. SK하이닉스가 소개한 시장 전망에서는 2026년에도 HBM3E가 HBM 출하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주력 제품으로 예상됩니다. HBM4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전환 과정입니다.
삼성전자는 HBM4를 양산하고 있나요?
네. 삼성전자는 2026년 2월 HBM4 양산과 상용 제품 출하를 시작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HBM4 관련주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단순한 개발 발표보다 고객 인증과 실제 양산, 출하량 증가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HBM4 판매가 실제 실적에 반영되는 단계까지 이어지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참고한 자료
- SK hynix Newsroom — 「2026 Market Outlook – Focus on the HBM-Led Memory Supercycle」, 「HBM4·차세대 AI 메모리 관련 공식 자료」
- Samsung Electronics Newsroom — 「HBM4 양산·출하 공식 자료」, 「HBM4E 샘플 출하 공식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