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9일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다소 낯선 장면이 나타났습니다.
코스피는 하루 만에 5.80% 급락해 6,471.17로 마감했습니다. 외국인도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원 넘게 순매도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전날보다 14.1원 하락한 1,397.7원으로 마감했습니다.
환율이 내려갔다는 것은 달러에 비해 원화 가치가 강해졌다는 의미입니다.
보통 국내 증시가 크게 떨어지고 외국인이 주식을 팔면 원화도 약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주가와 환율을 움직이는 힘은 서로 다릅니다. 19일에는 바로 그 차이가 선명하게 나타났습니다.
먼저 환율이 내려갔다는 뜻부터
원·달러 환율이 1,420원에서 1,400원으로 내려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예전에는 1달러를 사려면 1,420원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1,400원만 있으면 됩니다. 달러 가격이 낮아진 것이고 반대로 보면 원화 가치가 높아진 것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표현할 때는 다음과 같이 이해하면 쉽습니다.
19일 환율은 1,413.3원에서 출발한 뒤 계속 내려가 결국 1,397.7원으로 마감했습니다. 1,400원 아래에서 주간 거래를 마친 것은 약 11개월 만입니다.
| 상황 | 의미 |
|---|---|
| 원·달러 환율 상승 | 원화 약세, 달러 강세 |
| 원·달러 환율 하락 | 원화 강세, 달러 약세 |
그런데 코스피는 왜 5.8%나 떨어졌을까

이날 주식시장을 가장 강하게 압박한 것은 환율보다 미국 장기금리와 반도체주 조정이었습니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5.33%까지 오르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부담이 커졌고, 중동발 유가 불안까지 겹쳤습니다. 미국 증시에서도 반도체주가 크게 하락했고 그 영향이 한국 시장까지 이어졌습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7.82%, SK하이닉스가 9.75% 급락했습니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두 종목이 동시에 크게 떨어지면서 코스피 전체가 영향을 받았습니다.
외국인은 약 4조242억원, 기관은 약 1조7,926억원을 순매도했고 코스피는 결국 전날보다 398.66포인트 떨어진 6,471.17로 마감했습니다.
즉 이날 주가 하락의 중심에는 글로벌 위험자산 조정과 반도체주 매도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원화는 왜 오히려 강해졌을까
핵심은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려는 물량이 상당히 많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수출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물량이 계속 시장에 나오고 있었습니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런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을 흔히 네고 물량이라고 부릅니다.
수출기업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면 시장에는 달러 공급이 늘어납니다.
달러 공급이 많아지면 달러 가격인 원·달러 환율에는 하락 압력이 생깁니다.
19일에도 반도체 기업 등을 중심으로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 지속적으로 나온 것이 원화 강세 요인으로 분석됐습니다.
8월 법인세도 환율을 움직였다
이번 환율 하락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요인이 기업들의 원화 확보 수요입니다.
8월에는 법인세 중간예납을 앞두고 기업들이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원화를 마련해야 합니다.
수출기업이 달러 자산을 가지고 있다면 달러를 팔아 원화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결국 외환시장에서는 다시 달러 매도, 원화 매수가 발생합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환율이 빠르게 내려간 배경 가운데 하나로 법인세 중간예납과 국내 투자 등을 위한 기업들의 원화 조달 수요를 지목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원화 강세는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 하나만으로 설명하기보다는 기업들의 실제 환전 수요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움직임으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미국 금리가 올랐는데 달러는 왜 강해지지 않았을까
여기서 한 가지 더 헷갈릴 수 있습니다.
19일 주가 하락의 원인 중 하나가 미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이었는데, 보통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도 강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습니다.
최근 발표된 미국 소비와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약하게 나오면서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습니다. 이에 따라 달러 강세 압력이 약해졌습니다.
동시에 장기 국채금리 상승 역시 미국 경제가 너무 강해서라기보다는 국채 수급과 재정 부담 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미국 장기금리 상승 → 주식시장 부담이라는 흐름은 강하게 나타났지만, 동시에 미국 장기금리 상승 → 달러 강세라는 연결고리는 상대적으로 약했습니다.
외국인이 주식을 4조원 팔았는데도 환율이 떨어진 이유
이 부분이 이번 시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고 그 돈을 달러로 바꿔 해외로 가져가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게 됩니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을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19일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했다는 점만 놓고 보면 원화에는 약세 요인입니다.
하지만 환율은 한 가지 자금 흐름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와 동시에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기업들의 법인세용 원화 확보, 국내 투자 자금 환전, 글로벌 달러 움직임 등이 함께 작용합니다.
19일에는 원화를 사려는 수급이 외환시장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달러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 있음에도 국내 수급 영향으로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원 이상 빠르게 하락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에 환율이 반드시 올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서로 영향을 주지만 각각의 시장을 움직이는 수급과 변수가 다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하반기 환율 전망도 1,420원으로 낮췄다
환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내려오면서 증권사의 전망도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8월 20일 올해 하반기 평균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기존 1,470원에서 1,420원으로 50원 낮췄습니다.
특히 1,400원이라는 심리적으로 중요한 가격대가 무너진 만큼 단기적으로 환율 하락 흐름이 조금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환율이 계속 일방적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은 아닙니다.
한국투자증권은 8월 급락 이후 9월에는 일부 반등하고 4분기에는 비교적 횡보하는 흐름을 예상하면서 연말까지 적정 범위를 1,340~1,520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즉 1,300원대로 내려왔다고 해서 다시 예전의 저환율 환경으로 완전히 돌아갔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변수가 많습니다.
앞으로 환율에서 봐야 할 것은
앞으로는 단순히 코스피가 오르는지 떨어지는지만 보고 원·달러 환율을 예상하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미국 통화정책입니다. 연준의 금리 전망이 달러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지도 중요합니다. 주식시장과 글로벌 자금 흐름을 동시에 흔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 물량과 법인세 관련 원화 수요가 언제까지 이어지는지도 봐야 합니다.
중동 상황과 국제유가 역시 변수입니다.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달러 수요 증가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현재의 1,300원대 환율이 일시적인 수급 효과인지, 아니면 원화 가치가 한 단계 올라서는 흐름의 시작인지를 판단하려면 달러 방향과 국내 수급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8월 19일 시장만 보면 코스피가 5.80% 폭락했기 때문에 원화 역시 약세를 보일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원·달러 환율은 1,397.7원까지 내려갔습니다.
주식시장에서는 미국 장기금리 상승과 반도체주 급락이 강한 악재로 작용한 반면, 외환시장에서는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와 법인세 등을 위한 기업들의 원화 확보 수요, 달러 약세가 더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례는 주가와 환율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환율을 볼 때는 국내 증시뿐 아니라 달러 흐름, 미국 금리, 수출기업의 환전 수요, 외국인 자금 이동까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하루의 주가와 환율만으로 방향을 단정하지 마세요
8월 19일의 환율 하락은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법인세 납부를 위한 원화 수요, 글로벌 달러 흐름 등이 함께 나타난 결과입니다. 외국인 주식 매도나 코스피 하락만으로 원화 약세를 확정할 수 없으며, 환율 수치는 발표 시점과 시장 수급에 따라 이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의 전망치 역시 확정된 결과가 아니라 당시 분석에 따른 예상치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면 원화 가치는 어떻게 변하나요?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면 1달러를 사는 데 필요한 원화가 줄어들므로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높아졌다는 뜻입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많이 팔았는데도 환율이 하락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는 원화 약세 요인이지만,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와 기업들의 원화 확보 수요 등 다른 외환시장 수급이 더 크게 작용하면 환율이 내려갈 수 있습니다.
앞으로 원·달러 환율을 볼 때 어떤 지표를 확인해야 하나요?
연준의 금리 전망, 미국 장기 국채금리, 달러 흐름, 국내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 법인세 관련 원화 수요, 중동 상황과 국제유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한국투자증권의 하반기 환율 전망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하반기 평균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기존 1,470원에서 1,420원으로 낮췄고, 연말까지 적정 범위로 1,340~1,520원을 제시했습니다.